축원 祝願 : 김대운, 박주애 2인전 (2024.8.9~8.25) *기획_김민식


■ 전시 정보

인류의 역사는 소망과 기원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동굴 벽화부터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표현해 왔다. '축원'은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열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이다. 김대운과 박주애, 두 작가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탐구하고, 동시에 그 의미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한다.

'축원'은 단순히 개인의 소원을 비는 행위를 넘어, 인류와 자연,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을 위한 보편적 염원을 상징한다. 이 전시를 통해 '축원'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표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 전시 제목 :  축원 祝願

▪ 참여 작가 :  김대운, 박주애

▪ 기획/ 글 : 김민식

▪ 주최/ 주관 : 페이지룸8

▪ 전시 기간 : 2024년 8월 9일(금) ~ 8월 25일(일)

▪ 오프닝 리셉션 : 2024년 8월 9일 금요일 오후 4시~

▪ 운영 시간 : 화~일요일 13:00~18:00/ 월요일 휴무

▪ 전시 장소 : 페이지룸8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상가) www.pageroom8.com

▪ 전시 장르 및 규모 : 도자, 입체, 평면 20여 점 

▪ 전경 사진 : 양이언 

▪ 문의 :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 02-732-3088 pageroom8@naver.com



■전시 서문

축원 祝願

기획/ 글: 김민식 독립큐레이터


 인류의 역사는 소망과 기원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동굴 벽화부터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표현해 왔다. '축원'이라는 행위는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열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이다. 김대운과 박주애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축원'이라는 주제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탐구한다.

김대운 작가는 토템폴과 장승, 그리고 여러 문화의 고대 신앙 형태를 전유하여 문화적 경계를 넘어선 보편적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소망의 결과로 나온 형태를 재해석하여, 인간 중심의 기복신앙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 타인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넘어선 전지구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승화시킨다.
작품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는 헬로키티와 케어베어 캐릭터를 활용하여 포용과 돌봄의 정신을 시각화한다. 이 작품은 대중문화 아이콘을 아메리카 선주민의 토템폴 형식과 결합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새로운 '신성성'을 탐구한다. 작품의 최상단에는 유럽의 성화와 조선의 궁중채화를 연상시키는 모든 계절의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작품 '내가 너를 위하여 그것을 이루리라'는 포켓몬스터의 뮤 캐릭터를 중심으로 희망과 탐구의 정신을 표현한다. 뮤 캐릭터는 장승과 같은 수직적 기둥에 의해 위아래로 꽂혀 있고, 그 위로는 신목에 작가가 직접 수집하여 수놓은 사람들의 소원이 감겨 있다. 이 작품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개념을 시각화한다[1]. 동시에 이 작품은 포스트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제시한다.
작품 '왜 우리는 서로를 찾아다니는가'는 분수 형태의 작품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연결 욕구를 표현한다. 이 작품은 니콜라스 부리오의 '관계의 미학' 개념을 구현하며[2], 예술 작품이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촉매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플라톤의 '향연'에서 언급된 인간의 본질적 불완전성과 사랑을 통한 완성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3]. 분수 작업은 천장 비단장식에서 연결된 삼베-진주 입방체에 달려있는 설경에 의해 가려져 있는데, 이는 인간의 고통을 가려주고 나쁜 것을 막아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김대운은 인간을 위한 마음을 넘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존재들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포스트휴머니즘적 사고를 보여준다. 이는 도나 해러웨이가 주장한 '자연문화적 연속체'의 개념과 맥을 같이 하며,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박주애 작가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조각보를 현대 미술의 맥락으로 가져옴으로써, 페미니스트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4]. 특히 박주애 작가는 아사도라 덩컨의 자유로운 몸짓을 조각보에 담아낸다. 덩컨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붓으로 자유롭게 그려 넣고, 이를 조각보의 패치워크 기법으로 분절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여성의 억압된 몸과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중요한 모티브로, 한국 여성들의 억눌린 욕망과 표현의 자유를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준다.
박주애의 분수 작품들은 개인의 내면 세계와 우주적 연결성을 동시에 탐구한다. '나와 닮은 사람'은 개인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감정과 생각들이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는지를 시각화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친밀한 관계와 소통을 표현하며, 가스통 바슐라르의 '물의 상상력' 개념을 연상시킨다[5]. '참을 수 없는 말'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들을 시각화하며,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시옹(abject)' 개념을 연상시킨다[6]. 모든 분수 작품의 수조는 작가가 직접 타일로 조각보의 형태를 만들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다.
박주애의 이런 작업들은 개인적 경험을 여성의 언어로 말하되 보편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그녀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페미니즘 미술을 제시하며, 여성의 몸을 사회적 시선에서 해방시키고 주체적인 존재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 전시를 통해 '축원'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표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김대운과 박주애의 작품은 우리에게 더 나은 세계를 꿈꾸게 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갈 용기를 준다. 두 작가의 작품은 '축원'이 단순히 개인의 소망을 비는 행위를 넘어,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과의 연결성을 인식하고 그들을 위한 보편적 염원을 표현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1981.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시뮬라크르'라고 명명했다.

[2] 니콜라스 부리오, "관계의 미학", 1998. 부리오는 현대 예술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주목했다.

[3] 플라톤, "향연", 기원전 385-370년경. 플라톤은 이 대화편에서 사랑의 본질과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논의했다.

[4] 루시 리파드, "From the Center: Feminist Essays on Women's Art", 1976. 리파드는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재평가하고 페미니스트 미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 가스통 바슐라르, "물과 꿈", 1942. 바슐라르는 물이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6]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1980.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시옹'이라는 개념을 통해 주체와 대상의 경계를 흐리는 경험에 대해 논의했다.


■ 작가론


김대운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의 언어" 

글_김민식

 김대운의 예술 세계는 마치 끊임없이 성장하는 나무와 같다. 도예라는 굳건한 뿌리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지를 뻗어가고 있다. 그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현대인의 고뇌와 희망, 그리고 사랑의 메시지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2020년 <뒤틀린 정방형>전은 김대운의 예술적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이 전시에서 그는 소셜 미디어의 정사각형 프레임을 통해 현대 사회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이는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개념을 연상시키지만[1], 김대운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인의 분열된 자아와 소통에 대한 간절한 갈망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그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하는 따스한 손길과도 같았다. 

2022년 <판게아-다시 만난 세계> 전시는 김대운의 예술 세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청색'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도자 문화를 연결 짓는 그의 시도는 니콜라 부리오의 '관계의 미학'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2]. 이 전시를 통해 김대운은 <뒤틀린 정방형>에서 보여준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확장하여, 문화와 역사를 넘어선 인류의 보편적 아름다음을 탐구했다. 이는 그가 초기부터 추구해온 연결성과 소통의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2023년 《불가사리》 전시는 김대운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잘 드러난 작업이었다. 버려지고 소외된 것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손길은 마치 도나 해러웨이의 '친족 만들기' 개념을 실천하는 듯했다[3]. 도자기 파편, 폐목재, 폐금속,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들이 그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판게아> 전시에서 보여준 문화적 연결성을 더욱 확장하여 물질적 차원으로까지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ternal Node》 전시에서 김대운은 일상의 평범한 물건들을 재구성하여 놀라운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연상시키는데[4], 김대운은 이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 간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관계성을 시각화했다. 이는 《불가사리》에서 시작된 물질적 재해석을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일상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2024년 "축원" 전시에서 김대운은 토템폴과 분수 조각을 통해 문화적 경계를 넘어선 보편적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호미 바바의 '제3의 공간' 개념을 떠올리게 하지만[5], 김대운은 여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더했다. 그는 토테미즘을 재해석하여, 인간 중심의 기복신앙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 타인을 위한 따뜻한 마음의 표현으로 승화시켰다. 

김대운의 토템폴에는 헬로키티, 케어베어, 포켓몬스터의 뮤 등 현대의 팝 문화 아이콘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포용, 돌봄, 희망과 탐구의 상징으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형상화된 것이다. 이는 <판게아>에서 시작된 문화적 융합, 《불가사리》와 《External Node》에서 발전된 물질적 재해석을 더욱 확장하여, 현대 대중문화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더 나아가 김대운은 인간을 위한 마음을 넘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존재들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포스트휴머니즘적 사고를 보여준다. 이는 도나 해러웨이가 주장한 '자연문화적 연속체'의 개념과 맥을 같이 하며[6],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이는 그의 예술 세계가 개인에서 문화로, 문화에서 물질로, 그리고 이제는 모든 존재로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김대운이 꿈꾸는 "잘 놀고, 잘 먹고, 잘 즐기고, 잘 나누는, 포용과 사랑이 넘치는 창작자"라는 비전은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소피'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7]. 이는 단순한 개인적 바람을 넘어, 환경, 사회 관계, 인간의 주관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희망을 그려내는 것이다. 

김대운의 예술은 존재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를 더 사랑하는 방식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김대운의 예술적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의 따뜻한 시선과 창조적 에너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1]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1981.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 실재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해지는 현상을 '시뮬라크르'라고 명명했다. 

[2] 니콜라 부리오, 『관계의 미학』, 1998. 부리오는 현대 예술이 개별 작품보다는 관계와 맥락을 중시한다고 주장했다. 

[3] 도나 해러웨이, 『Staying with the Trouble: Making Kin in the Chthulucene』, 2016. 해러웨이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주장했다. 

[4] 브뤼노 라투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2005. 라투르는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5] 호미 바바, 『문화의 위치』, 1994. 바바는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가 생성되는 공간을 '제3의 공간'이라고 불렀다. 

[6] 도나 해러웨이, 『Simians, Cyborgs, and Women: The Reinvention of Nature』, 1991. 해러웨이는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자연문화적 연속체' 개념을 제시했다. 

[7] 펠릭스 가타리, 『세 가지 생태학』, 1989. 가타리는 환경, 사회 관계, 인간의 주관성이 서로 연결된 '생태소피'를 주장했다.



박주애의 "자아의 재탄생" 

글_김민식

제주의 검은 현무암과 푸른 바다 사이에서 태어난 박주애 작가의 예술 여정은 마치 그녀가 그리는 곶자왈의 덩굴처럼 끊임없이 뻗어나가며 새로운 영역을 탐구해왔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가장 내밀한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우주적 연결성으로 확장되는 놀라운 진화를 보여주며,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종종 오해받는 페미니즘을 보편적 인류애로 승화시키는 독창적인 시도를 펼쳐왔다. 

2016년 첫 개인전 "피를 데우는 시간"은 박주애 작가의 예술적 출발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전시에서 그녀는 장지에 채색이라는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사용하여, 현대적 주제와 전통적 매체의 조화를 시도했다. 목욕탕이라는 친밀하면서도 공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반인반수의 형태를 통해 여성의 신체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내면적 경험 사이의 긴장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업이었다. 특히 '부황 자국이 가득한 아주머니들'의 이미지는 여성의 노동과 회복의 순간을 포착하며, 낸시 프레이저가 주장한 '대안적 공공영역'의 개념을 시각화했다[1]. 

2019년 작품 "나를 임신하다"는 박주애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작품이다. 투명한 반구 형태의 배 안에 아이를 품고 있는 여성의 형태를 만든 이 인형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가 작가 자신이라는 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모성의 표현을 넘어, 자아의 재탄생과 자기 창조에 대한 강력한 선언이다. 작가는 자신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주체이자 동시에 보호받고 성장하는 대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시간성을 뛰어넘는 자아의 연속성을 아름답게 시각화했다. 이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모성적 시간성' 개념과 연결된다[2]. 

이러한 자아 탐구는 2020년부터 시작된 도자기 작업에서 더욱 심화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의 실패라는 개인적 아픔을 승화시킨 이 작품들은 임신과 모성에 대한 열망을 형상화했다. 박주애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가장 취약한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도자기 작품들은 뤼스 이리가레의 '여성적 상상계' 개념을 구현하면서도[3], 생명의 탄생과 양육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나아간다. 이는 루시 리퍼드가 제시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페미니즘의 핵심 개념을 시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4]. 

2023년 금호미술관 전시 "어떤 삶, 어떤 순간"과 갤러리2 서울에서의 개인전 "허공에 차오르는"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박주애의 시선이 개인에서 자연과 우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에서 우리는 에코페미니즘의 시각과 질 들뢰즈의 '리좀' 개념이 어우러진 무질서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5][6]. 이는 도나 해러웨이의 '씨줄 짜기' 개념과도 연결되며,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을 탐구한다[7]. 

2024년 "축원" 전시에서 선보일 조각보 작업과 분수 작업은 박주애의 예술 세계가 더욱 확장되고 심화되고 있음을 예고한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보편적 인류의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시도이며, 동시에 가스통 바슐라르의 '물의 상상력' 개념과 연결되어 우주적 연결성을 표현한다[8]. 특히 분수 작업은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과 맥락을 같이 하며, 지구 시스템 내의 모든 존재들의 상호 연결성을 표현한다[9]. 그녀의 작품은 점점 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사유와 공감의 기회를 제공한다. 

박주애의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의의는 페미니즘을 배타적이거나 대립적인 것이 아닌, 포용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녀의 예술은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에서 출발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그리고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을 이야기한다. "나를 임신하다"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을 더욱 확장하여[10],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하고 재탄생시키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박주애는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녀의 작품은 여성의 경험을 중심에 두지만, 이를 통해 인간 존재 전체의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이는 페미니즘을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운 시도이다. 

또한 박주애의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와 매체를 사용하지만, 그 근저에는 '연결'과 '소통'이라는 일관된 주제가 흐르고 있다. 이는 펠릭스 가타리의 '횡단성' 개념과 연결되는데[11], 서로 다른 영역들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박주애의 예술적 실천을 잘 설명해준다. 

앞으로 박주애의 세계관이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지 더욱 기대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이 보여주는 성장의 궤적은 마치 우리 모두의 삶을 반영하는 듯하다. 가장 개인적인 아픔과 열망에서 출발하여 점차 더 넓은 세계를 품어가는 그녀의 여정은, 예술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예시가 될 것이다. 


[1] 낸시 프레이저, "공론장의 재고: 실제로 존재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에 기여하며", 1990. 프레이저는 여성과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대안적 공론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2] 줄리아 크리스테바, "여성의 시간", 1981. 크리스테바는 여성의 경험, 특히 모성이 선형적 시간 개념을 넘어서는 순환적, 영원적 특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3] 뤼스 이리가레, 『성적 차이의 윤리학』, 1984. 이리가레는 여성의 경험과 신체성에 기반한 새로운 상상계와 언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 루시 R. 리퍼드, "분홍색 유리 백조: 페미니스트 예술에 대한 선별 에세이", 1995. 리퍼드는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정치적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를 페미니스트 예술을 통해 설명했다. 

[5] 캐롤린 머천트, 『래디컬 에콜로지』, 1992. 머천트는 여성과 자연의 억압이 연결되어 있다는 에코페미니즘의 핵심 사상을 제시했다. 

[6]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1980. 들뢰즈와 가타리는 중심이 없는 다중적 연결의 구조인 '리좀'을 통해 새로운 사유 방식을 제안했다. 

[7] 도나 해러웨이, "문제와 함께 머무르기: 크툴루세의 친족 만들기", 2016. 해러웨이는 '씨줄 짜기'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주장했다. 

[8] 가스통 바슐라르, 『물과 꿈』, 1942. 바슐라르는 물이 가진 상상력의 힘과 그것이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9]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지구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 1979. 러브록은 지구를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제시했다. 

[10]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1949. 보부아르는 여성성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핵심적인 페미니즘 사상을 제시했다. 

[11] 펠릭스 가타리, "카오스모시스: 윤리-미학적 패러다임", 1992. 가타리는 '횡단성' 개념을 통해 서로 다른 영역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과 의미 생성을 설명했다.


■ 김대운 작가 작품 이미지

김대운 Dan Kim, 〈꺄 ヾ(๑╹ヮ╹๑)ノ”〉, 점토, 유약, 레진, 10 x 21 x 30 cm, 2024


김대운 Dan Kim, 〈뾰 (ヾ(•̀ᵥᵥ•́)ノ”)〉, 점토, 유약, 레진, 7 x 8 x 35 cm, 2024



김대운 Dan Kim,  〈뜌 (・ω<)〉, 점토, 유약, 레진, 13 x 11 x 39 cm, 2024



김대운 Dan Kim, 〈쀼 ◟( ˘ ³˘)◞〉, 점토, 유약, 레진, 13 x 5 x 27 cm, 2024


김대운 Dan Kim,  〈쮸 ◟(๑’ᵕ’๑)◞〉, 점토, 유약, 레진, 14 x 8 x 21 cm, 2024 


김대운 Dan Kim, 〈왜 우리는 서로를 찾아다니는가〉, 점토, 유약, 레진, 금박, 46 x 60 x 120 cm, 2024

김대운 Dan Kim,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삼배, 진주, 풀, 한지, 공단, 비즈, 73 x 75 x 130 cm, 2024



김대운 Dan Kim,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 점토, 유약, 레진, 종이, 60 x 56 x 190 cm, 2024


김대운 Dan Kim, 〈내가 너를 위하여 그것을 이루리라〉, 점토, 유약, 레진, 공단, 종이, 새끼줄, 나무,40 x 40 x 200 cm, 2024


김대운, 박주애 외 10명, 〈지전 紙錢〉, 한지, 2024


■ 박주애 작가 작품 이미지

박주애 Park Ju Ae, 〈망각〉, 천에 아크릴, 125 x 87.5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춤〉, 천에 아크릴, 128.5 x 151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나와 닮은 사람〉, 도자, 합판, 타일, 펌프, 혼합재료, 100 x 70 x 70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참을 수 없는 말〉, 도자, 합판, 타일, 펌프, 혼합재료, 130 x 52 x 52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내가 너를 어떻게〉, 도자, 합판, 타일, 펌프, 혼합재료, 66 x 83 x 83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새의 비명 1〉, 도자, 22 x 17 x 10.5 cm, 2024 / 〈새의 비명 2〉, 도자, 13 x 24 x 12 cm, 2024 / 〈새의 비명 3〉, 도자, 11 x 18 x 11 cm, 2024 / 〈새의 비명 4〉, 도자, 13 x 23 x 8 cm, 2024 / 〈새의 비명 5〉, 도자, 11 x 12 x 7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안아줘〉, 천에 아크릴, 109 x 47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돌고 돌아〉, 천에 아크릴, 81 x 74.5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여름 구름〉, 천에 아크릴, 143 x 77.5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손올리고 발올리고〉, 천에 아크릴, 108 x 97.6 cm, 2024  


박주애 Park Ju Ae, 〈 자유부인 madame freedom〉 ,  천에 아크릴, 혼합재료, 196 x 215 cm, 2024



■ 전시 전경 (사진_양이언)




■ 작가 약력


김대운 Dan Kim (1992~)


학력

2020 알프레드 대학교 예술대학 졸업


 개인전

2023  불가사리, GCS Creative Studio, 서울

2022  판게아-다시만난세계, 화이트노이즈, 서울

2020  뒤틀린 정방형 ,갤러리 통인, 서울


단체전 

2024 축원祝願 : 김대운, 박주애 2인전, 페이지룸8, 서울

2024 욕망탐구, PROJECT CC, 제주

2024 익스터널 노드, 갤러리컬러비트, 서울

2023 매우 특별하게, 열망적인, 서리풀 청년 갤러리, 서울(기획_김대운)

2021 사람, 모양, 재료, 라라앤갤러리, 서울

2022 콘체르토, 디스위캔드룸, 서울

2022 즉흥연주, 갤러리 메이, 부산

2022 hop, hop, HOPE, 갤러리 인 HQ, 서울

2022 Mr. Lawrence, GCS, 서울

2023 치유공간, 안계미술관, 의성

2023 꽃밭에는 꽃들이, 갤러리 띠오, 서울

2023 오동나무 뿌리와 복숭아 꽃잎, 무계원, 서울

2023 제우스와 박수무당, 금호 알베르, 서울


레지던시

2023 Villa Arson 레지던시, 니스, 프랑스

2022 LH PROJECT 레지던시, 오레건, 미국



박주애 Park Ju Ae (1989~)


학력 

2014 제주대학교 예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3 허공에 차오르기, 갤러리2, 서울

2021 Parkjuae, 갤러리2, 서울

2020 breastmilk, 새탕라움 ,제주

2019 Yourself Yours, 갤러리2 , 서울

2016 피를 데우는 시간, 아트스페이스 씨, 제주


단체전

2024 축원祝願 : 김대운, 박주애 2인전, 페이지룸8, 서울

2023 우수전속작가 기획전시<DIALOGUE:Mind Map>플랜트란스 성수플래그쉽,서울

2022 뉴 라이징 아티스트 <탐색자>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22 어린이 기획전시 <1명의 어린이와 1000명의 어른들> 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2 기획전<어떤 삶, 어떤 순간> 금호미술관, 서울

2020 줌인이아, 문화공간이아, 제주

2019 제주문화예술재단 청년문화매개 특성화사업 성과공유 전시회<예술로 항해하기> - 제주시 관덕로

11길 16

2019 찾아가는 <제주신화상상갤러리>특별기획전 나의이야기 신화이야기,제주 설문대여성문화센터

2018 SOLOSHOW,해담하우스,서울

2018 박주애 이승미 이해강, 갤러리2중선농원, 제주

2018 Conectivity-jeju, 대안공간루프, 서울

2018 Oh! open house-Tours Emeraldhill, 식민주의 식물학, Emeraldhill, 싱가폴

2017 제주비엔날레 "투어리즘",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17 로터스 랜드,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7 시즌 2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 전시, 뉴욕 브루클린 나르파운데이션, 뉴욕, 미국

2016 ARTOWNS:와랑와랑모다드렁전,제주도립미술관,제주

2016 로컬 투 로컬 이종교배: 지역으로부터 정치, 아트포럼 리 부천,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

2016 청춘을 달리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15 아트 & 아시아 제주전, 제주 컨벤션센터,

2015 제주 청년작가 초대전 "현장"전, 제주 문예회관,

2015 제주 청년작가전 "결별"전, 제주 이중섭 미술관, 제주

2014 제주 젊은 여성작가전 "예술 스타디움", 제주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제주

2014 ASI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 문화역 서울 284, 서울

2014 제주 청년작가 선정 및 단체전, 제주문예회관, 제주

2014 제주도미술대전 수상작,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14 청년작가 4인전 "미숙아, 미숙아", 강남 유나이티드 갤러리, 서울

2011 상상 환상 날개를 달다, 아트스페이스 씨, 제주

2010 전윤숙 박주애 "꿈을 꾸다" 모녀전, 제주 문예회관, 제주


수상

2022 아트제주 <UP&COMING ARTIST AWARD>국제 현대미술 청년작가공모 ‘대상’ 수상

2010-2013 제주여성영화제포스터작가

2013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특별자치도 미술대전 ‘대상’ 수상


레지던시

2017 나스 파운데이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NARS(New York Art Residency and studio), 뉴욕, 미국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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